기계 번역 평가의 시작 - BLEU2)
최초의 '기계' 번역기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초기 규칙 기반 번역(Rule-based Machine Translation)에 이어 통계 기반 번역(Statistical Machine Translation)이 등장하면서 기계 번역기의 품질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품질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다보니 전문 번역가들이 기계 번역 결과를 보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IBM은 2002년에 기계 번역의 품질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BLEU(Bilingual Evaluation Understudy)2)를 제안하였습니다. 전문 번역가들이 미리 번역한 문장을 답안으로 하고, 기계 번역기가 번역한 문장과 단어 뭉치(n-gram)들이 얼마나 겹치는지 세어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1개 단어(1-gram)부터 연속된 4개 단어(4-gram)까지 몇 개나 일치하는지 종합해서 점수를 계산하게 됩니다.
BLEU가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전문 번역가들이 해놓은 번역으로 기계 번역기의 번역과 바로 비교해서 점수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BLEU는 기계 번역기의 품질을 측정하는 표준으로 자리잡았고, 많은 논문들이 BLEU를 품질 평가 기준으로 채택하였습니다. BLEU는 널리 사용되면서 플리토에서 기계 번역을 SaaS(Software-as-a-Service)나 설치형(On-premise)으로 제공할때 고객사에서는 품질 수준 확인을 위해 거의 대부분 BLEU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BLEU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어가 일치하는지만 보고 단어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보기에 아무리 기계 번역이 좋다고 하더라도 전문 번역가의 답안 번역과 일치하는 단어가 없으면 BLEU가 낮아집니다. 반면 기계 번역이 자연스럽지 않아도 답안 번역과 일치하는 단어가 많으면 BLEU는 높아집니다. 아래 예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계 번역기의 번역도 좋지만 정답 번역과 다른 단어들을 썼기 때문에 BLEU는 낮게 나옵니다.
- 한국어 원문 : 그는 회의에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 전문 번역가의 정답 영어 번역 : He apologized for being late to the meeting.
- 기계 번역기의 영어 번역 : He said sorry for arriving late at the meeting.
의미를 반영한 평가 - COMET3)
2020년 Unbabel은 신경망 기반의 새로운 기계 번역 평가 지표인 COMET을 발표하였습니다. COMET은 BLEU처럼 정답 번역과 일치하는 단어가 있는지를 보는 대신 문장 전체를 벡터 임베딩으로 변환해 원문과 기계 번역, 그리고 정답 번역 사이의 의미적 유사도를 계산합니다. 어순이 바뀌어도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고, 유사한 단어를 써도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BLEU보다 정확한 평가가 가능합니다. 특히 BLEU에서는 정답 번역이 없으면 점수를 계산할 수 없지만 COMET에서는 정답 번역이 없더라도 원문과 기계 번역만으로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세계 최대 기계 번역 학회인 WMT에서도 2022년부터 BLEU 대신 신경망 기반 지표를 쓰도록 권고하면서 COMET은 BLEU를 대신해 표준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COMET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의미적 유사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숫자나 고유 명사(인명, 지명, 날짜 등)이 잘못 번역되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번역이 잘 된 편이지만 핵심인 숫자가 틀렸기 때문에 좋은 번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 한국어 원문 : 이 회사는 1970년에 설립되었다.
- 기계 번역기의 영어 원문 : The company was founded in 1980.
LLM을 이용한 기계 번역 평가 - LLM-as-a-Judge
2022년 말 챗GPT가 처음 등장하였을때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여러 한계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LLM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제는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는 수준이 되었고, 그동안 뛰어난 수학자들도 풀지 못한 문제들을 하나씩 증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LLM의 성능이 뛰어나다보니 계산이나 알고리즘으로 판단하는 대신 판단 자체를 LLM에게 맡기는 LLM-as-a-Judge 방법이 등장하였습니다. 기계 번역 평가에서는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OpenAI의 GPT 계열 LLM에게 기계 번역의 품질을 평가하도록 하는 GEMBA(GPT Estimation Metric Based Assessment)4)를 발표하였습니다. GEMBA는 의외로 간단해서 프롬프트 지시문과 원문, 그리고 기계 번역문만 있으면 되며, 참조할 전문가 번역은 COMET과 동일하게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 이후 GEMBA-DA, GEMBA-stars, GEMBA-MQM 등 여러 파생 평가 방법도 등장하였습니다.
BLEU와 COMET 모두 기계 번역문의 품질을 100점 척도로 계산할 수 있지만 왜 기계 번역의 품질이 뛰어난지, 또는 어떤 부분의 번역이 잘못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LLM-as-a-Judge 방식에서는 단순히 점수만 내놓는게 아니라 번역이 잘못된 이유를 우리가 아는 자연어로 설명을 하고, 프롬프트에 따라서 유창성, 적절성, 문화적인 격식, 전문 용어의 일관성 등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평가를 할 때마다 LLM을 호출해야 하므로 비용이 비싸고 평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